::포장기기제조전문 삼보테크::

 

 
작성일 : 20-04-10 12:01
<분노의 돌파구> 프롤로그(2)
 글쓴이 : 전파과학사
조회 : 100  



일본에 대한 환멸과 분노 제가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이유는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본이라는 나라의 정치, 사회제도, 습관 따위에 관한 환멸과 분노가 주원인이었습니다. 나 자신도 고통을 당한 대학 수능시험 제도와 교육제도는 원래부터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또 기업과 사회 및 학계에 존재하는 낡고 경직된 시스템에도 환멸을 느꼈습니다. 알면 알수록 그 뿌리 깊고 굉장한 영향력 때문에 질색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미국 생활도 이미 1년이 지났습니다. 약간 떨어진 이국땅에서 다시금 일본을 바라보면 지금보다 더 큰 의문점이 솟아납니다. 그리곤 아무 힘도 없는 자신에게 분개하게 됩니다. 왜 일본 산업계는 긴 불황 속에 고통 받는 걸까? 현재 이러한 큰 문제도 미국이라는 곳에서 시점을 바꿔 생각해보면 그 해답이 왠지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 전공인 반도체는 그 기초 기술의 특허 대부분을 미국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바이오 기술이나 컴퓨터 같은 다른 첨단 기술들도 같은 상황일 것입니다. 아무리 경제대국이 된다 해도, 일본 국민이 풍요로운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을 개발한 나라에 거액의 특허 사용권료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해도 일반 근로자들의 가난은 개선되지 않습니다. 짭짤한 수입은 전부 유럽이 낚아채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법률적 습관이나 제도는 유럽에서 만들어진 게 대부분입니다. 그것을 뿌리부터 엎어버릴 수 없다면 세계가 그들의 룰에 지배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유럽의 룰은 아주 현명합니다. 일단 기술적인 특허를 생각해낸 뒤에 그들은 그다지 제조업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그 대신 또다시 새로운 특허를 생각해냅니다. 손과 몸을 움직여 이익을 뽑아내는 게 아니라, 지혜와 궁리로 살아가는 유럽. 먼저 기초적인 부분을 특허로 선점한 뒤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제조부문은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에 맡기고, 특허 사용료로 돈을 버는 셈입니다. IT, 바이오 기술, 의료기술, 항공우주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이 큰 국제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유럽이 생각한 기술을 개량하거나 응용해서 고품질, 저가 제품을 만들어 고도성장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분야에 중국, 대만, 한국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전 세계 모든 컴퓨터 부품은 메이드인 타이완(Made In Taiwan)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반도체 부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일본뿐이었습니다. 일본이 고통 받고 있는 불경기의 원인은 대부분 후발국에 시장을 뺏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도 이러한 원인 때문입니다. 중국과 대만, 한국 등이 제조업 분야에 진출해 일본은 긴 불황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가전 분야는 벌써 대만과 한국에 추월당했으며 반도체와 같은 컴퓨터 분야도 위험합니다. 유일하게 아직 남아있는 분야는 액정이나 태양전지와 같은 ‘광전자 디바이스(기능성 제품)’입니다. 이것은 일본의 수출 주력상품입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 분야도 다른 나라에 추월당할 게 뻔합니다. 앞으로 일본은 제조업으로 살아나가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저임금으로 싼 제품을 계속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국민 생활수준은 고도성장기 이전의 레벨로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특허는 기한이 있어 권리가 소멸한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일본은 기술을 개량해 좀 더 좋은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겨우 이러한 방법으로 생존해있는 상황이겠지요. 그러나 은행 및 공무원들이 허투루 돈을 굴리면 지금까지 벌어들인 이익도 금방 동이 나겠지요. 일본의 나쁜 점을 계속 말해보자 미국인 친구가 얘기했습니다. ‘지금 일본은 이상해. 이대로라면 붕괴하지 않겠어?’ 그들 중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처럼 전쟁을 도발하진 않을까?’라며 과도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유제품의 위생 사고나 우주로켓 발사 실패와 같은 기술적인 분야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자동차 회사의 리콜 은폐, 범죄검거율 저하, 아동학대와 같은 비윤리적 행위가 모든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정치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정치가가 엉망이니 일본이 엉망진창이 됩니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일본은 제대로 나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을 보면 그들이 그러한 능력이 있다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정치인을 바꾸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인물이 눈 깜짝할 새에 일본 총리대신이 되기도 하는 이상한 일이 자주 있습니다. 국민이 모르는 어둠의 장소에서 노인들이 밀담해 탄생하는 일본의 총리대신. 이쯤 되면 국민들은 누가 일본의 총리대신이 되건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국회의원도 매력적인 인물은 없습니다. 2세, 3세 의원이 대부분인 정치계를 볼 때, 정치가 세습제인지 착각할 정도입니다. 2세 의원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선거기반 및 권리를 계승하고 있는 이상, 자신의 목을 조를 수 있는 제도개혁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필자는 약 10년 전, 1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했습니다. 마침 그때 대통령선거가 있어 후보자 간 TV 토론회를 수차례 봤습니다. 미국은 영어권 이외에서 온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이민자의 나라여서 그런지 신문은 물론이고 정치적 발언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로 말해야 한다고 합니다. 당시, 기초영어밖에 안 되는 저조차도 토론내용을 대부분 이해할 수 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려운 영어를 쓰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상대와 토론하는 미국정치를 접한 후 더더욱 일본과의 격차를 실감했습니다. 일본에 있을 때 항상 느꼈던 일이지만, 선거 때 NHK 정치토론회를 보고 있자면 정치인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러한데 어찌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며 관심을 두겠습니까? 공무원들이 쓴 문서나 법률 용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자투성이에 알기 어렵습니다. 마치 일반 국민이 알 수 없도록, 관심을 두지 못하도록 일부러 어렵게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미국인과 생활하며 느낀 점 하나를 말해보겠습니다. 일본사람은 말하기 곤란한 부분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불량채권 은폐나 리콜 은폐 등이 바로 이와 같은 정신구조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점은 계속 주장하는 데 반해 결점은 숨기려 합니다. 저는 일본의 자연과 풍토가 너무나 좋습니다. 그 감정은 미국에 대한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미국으로 이사할 때도 일본 식품과 제품들을 쉽게 살 수 있는 서해안을 택한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본에 대해 ‘엉망이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 나은 일본을 만들기 위해 발언을 주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일본의 나쁜 점을 끊임없이 파헤쳐 나가려고 합니다. 이 책으로 그 간절함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면 이 이상의 행복은 없겠습니다.


 
 
 

 

 

제목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