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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식자> 2장. 태초에 세포가 있었다(1)
  글쓴이 : 전파과학사     날짜 : 20-04-02 09:50     조회 : 122     트랙백 주소

  • 최초의 포식자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지만, 모든 종속 영양생물은 독립 영양생물의 유기물질을 강탈하는 방식으로 생활을 영위한다.

다시 말해 다른 생물을 먹어야 산다.

그렇다면 그 기원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책을 쓰면서 나름 참고 문헌을 검색하고 찾아봤지만, 다른 생물을 먹은 최초의 생물체에 대한 대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포식 행위가 화석으로 남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화석으로 남는 것은 뜯어 먹힌 불쌍한 생물이나 다른 생물을 먹기 위해 입과 이빨을 진화시킨 동물의 화석이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큰 이빨과 뭔가에 뜯어먹혀 이빨 자국이 난 삼엽충의 화석은 움직일 수 없는 포식 행위의 증거다.

하지만 아득한 먼 옛날, 하나의 세포보다 복잡한 생물이 없던 시대에 포식 행위의 증거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지구 생명의 초창기부터 따져보자.


 
지구 생명체의 탄생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일어났고 어떤 방식으로 최초의 생명체가 태어났는지는 꽤 논쟁이 있는 연구 분야다.

그래도 어느 시점에 최초의 생명체가 생겼는지는 어떻게 무생물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했는지보다는 덜 골치 아픈 질문이다.

이 생물이 지층에 남긴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아마도 그 시점은 35~38억 년 전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보다 오래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지구에 최초로 등장한 생명체인 박테리아는 시작할 땐 모두 독립 영양생물이었다. 일단 남이 있어야 남의 것을 빼앗지 않겠는가?

그래서 좋든 싫든 간에 스스로 에너지를 조달할 방법을 개발해만 했다.

오늘날과 비슷하게 초기 생명체는 광합성 이외에도 여러 가지 화학 반응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추출했다.

물론 이 화학 반응 자체가 화석으로 남지는 않지만, 화학 반응의 결과물은 지층에 남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카프발 크라톤Kaapvaal craton에 있는 신시생대Neoarchean Eon(25~28억 년 전) 지층이 그렇다.

이 지역은 당시의 초대륙(여러 개의 대륙 지각이 뭉쳐서 하나의 큰 대륙을 형성하는 것)인 발할라에 가까운 바다로

여러 가지 침전물이 해저 퇴적층을 만든 지형이다.

그 시절 이곳에서 황산화세균sulfur oxidizing bacteria이 번성한 증거가 지층에 남아 있다.

이 세균의 생존 비결은 화산 활동에서 나온 황화수소H2S(썩은 달걀 냄새를 내는 물질이다)를 산화시켜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으로 이들은 현재도 이런 장소에서 번성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초창기 박테리아 가운데 유명한 것으로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를 빼놓으면 섭섭할 것 같다.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등장한 것은 35억 년 전이니까 가장 오래된 생명 활동의 증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개성 없이 생긴 돌덩이 같은 것들이 바닷가에 널려 있는 모습을 교과서나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가?

이들은 광합성을 하는 매우 단순한 세균인 남세균cyanobacteria, 시아노박테리아의 흔적이다.

학생 때 필자는 이렇게 오래된 생물이 눈으로 보일 만큼 컸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사실 스트로마톨라이는 생물 하나가 아니라 세균들이 모인 생물막biofilm에 모래 등이 뭉쳐 형성되는 구조물이다.

마치 흰개미 한 마리는 작아도 흰개미 탑은 거대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듯이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눈으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면 스스로 유기물을 합성한 박테리아의 영양분을 강탈하는 포식자가 나타난 것은 언제일까?

지구 생명체가 처음 생겨나고 난 이후 적어도 10억에서 20억 년 정도는 지구상에 생명체는 박테리아밖에 없었고

포식자가 될 생명체 역시 박테리아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박테리아가 다른 박테리아를 먹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박테리아의 행위가 화석 기록으로 남을 순 없지만,

오늘날 적지 않은 수의 박테리아가 박테리아를 먹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다만 박테리아를 먹은 최초의 박테리아가 어떤 녀석이었는지는 간단하게 증명하기 어렵다.

초기 박테리아의 식세포 작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잠깐 주제를 바꿔 최초의 진핵세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 핵을 지닌 세포가 최초의 포식자?

필자는 진핵세포와 원핵세포의 차이에 대해서 배우기 전에는 단세포 생물이란 모두 다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아메바나 짚신벌레는 대장균과 대강 비슷한 녀석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아마 필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를 배우고 나면 사실상 동물과 식물, 단세포와 다세포 생물보다 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원핵세포prokaryote는 내부에 막으로 구분되는 핵, 미토콘드리아, 그리고 다른 막을 가진 세포 소기관을 가지지 않은 세포로 정의된다.

이 원핵세포 하나가 박테리아 같은 원핵생물을 이룬다.

Pro는 그리스어로 이전에before를 의미한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먼저 생각하는 사람에 나오는 Pro의 의미와 같다.

이 명칭에는 원핵세포가 진핵세포 이전에 진화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진핵세포eukaryote는 이름처럼 진짜 핵nucleus를 지닌 세포다.

핵에는 세포막 같은 핵막이 있어 핵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로 작용한다.

핵 안에 있는 DNA는 아데닌(A, Adenine), 구아닌(Guanine), 사이토신(C, Cytosine), 티민(T, Thymine)의

네 가지 분자를 이용해서 디지털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한다.

물론 정보 저장 방식은 원핵생물도 동일하지만, 세균 같은 원핵생물이 DNA는 단백질과 결합하지 않은 채로 세포질 내를 떠다니고 있다.

이를 핵양체Nucleoid라고 부른다.

물론 방식이야 어찌 되든 DNA에서 RNA를 만든 후 단백질을 만들어 생명 현상을 일으키는 방식 자체는 같다.

그런데 원핵세포는 모두 박테리아 같은 단세포 생물이지만, 진핵세포는 혼자서 단세포 생물이 될 수도 있고 여럿이 모여 거대한 다세포 생물이 될 수도 있다.

왜 박테리아가 모여 복잡한 다세포 생물이 될 수 없는지는 잘 모르지만, 더 다양한 능력을 지닌 진핵세포의 복잡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진핵생물은 핵도 복잡하지만, 그 핵 밖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여기에는 골지체Golgi body, 활면 소포체smooth endoplasmic reticulum, 조면 소포체rough endoplasmic reticulum,

각종 소포Vesicle, 리소좀Lysosome,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자유 리보솜ribosome 등이 존재하며 식물 세포라면 엽록체chloroplast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 외에 다양한 세포 소기관이나 심지어 세포내 골격cytoskeleton을 지닌 것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만큼 진핵생물은 원핵생물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개념도에서 비슷한 크기로 그리기 때문에 종종 착각하지만, 부피도 원핵생물이 진핵생물보다 수백 배에서 수만 배 이상 크다.

예를 들어 대장균의 길이는 2마이크로미터를 넘지 못하지만, 동물 세포는 보통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정도다.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모양이 같다고 가정할 때 길이가 5배면 부피는 125배가 된다.


물론 지구상에 먼저 등장한 것은 간단한 구조를 지닌 원핵세포다.

그리고 오랜 세월 원핵세포는 하나의 그룹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1977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칼 우즈(Carl Woese) 등은 16S 리보솜 RNA라는

매우 중요한 물질의 염기 서열을 분석해서 원핵생물이 매우 이질적인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질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들은 기존에 있었던 계kingdom 보다 더 높은 최상위 계층을 제시했는데, 현재 사용되는 역domain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생물계는 세균역bacteria, 고세균역Archaea, 진핵생물역Eukarya으로 나눌 수 있으며

다시 이들을 세균계, 고세균계, 원생생물계, 동물계, 균계, 식물계로 나눌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3역 6계로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진핵생물은 세균과 고세균 가운데 어디에서 진화한 것일까?

일반적인 계통수는 고세균 쪽이 진핵생물에 더 가깝게 그려지지만 놀랍게도 진핵생물은 세균과 고세균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 역의 생물체 모두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지구 생물체는 모두 유전 정보 저장을 위해 DNA를 사용하고 에너지 대사의 기본단위로 ATP를 이용하는 등 공통점이 매우 많다.

따라서 하나의 조상에서 기원해서 이런 특징을 공유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DNA로 유전정보를 저장하고(그리고 A,C,G,T의 네 개만 정보를 저장하는 데 사용한다) ATP를 에너지 기본 단위로 쓰는

최초의 공통조상은 루카(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불리고 있다. 물론 실제로 본 사람은 없고 이론적인 존재다.

물론 여기에도 반론은 있다.

2012년에 작고한 칼 우즈는 1998년에 어쩌면 지구상의 생명체가 하나의 공통조상이 아니라 여러 종의 조상에서 유래했으며

서로 간의 유사성은 수평적 유전자 전달(Horizontal Gene Transfer. 생물종 간에 유전자를 교환하는 것)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반면 루카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어느 의견이 맞든지 간에 최초의 진핵생물 진화는 다양한 고세균과 세균이 진화한 다음 이뤄졌다.

최초의 진핵생물은 아마도 16억 년 전에서 22억 년 전 사이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대체 포식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제부터 무슨 이야기를 꺼낼 것인지를 눈치챈 독자도 있을 수 있다. 세포 내 공생설endosymbiosis을 떠올린 독자가 있다면 정답이다.

그렇다. 지금까지 설명은 진핵생물의 진화와 세포 내 공생설을 설명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단순한 원핵세포가 복잡한 진핵세포로 진화하게 됐을까?

현재 진핵생물 탄생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바로 세포 내 공생설이다.

를 주장한 것은 저명한 여성 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2011)다.

그녀는 뛰어난 과학자였던 것은 물론 수많은 대중 과학서적을 통해 지식을 전파했다.

국내에 한글로 번역된 마굴리스 교수의 저서로 『생명이란 무엇인가?』, 『공생자 행성』, 『마이크로 코스모스』 등이

나와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는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그녀는 저명한 과학자인 칼 세이건과 1957년 결혼한 후 1965년 이혼했다.


 
여러 위대한 과학자들처럼 린 마굴리스 역시 남들이 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66년 마굴리스는(참고로 마굴리스는 나중에 결혼한 두 번째 남편인 토마스 마굴리스의 성을 딴 것이며,

당시에는 ‘린 세이건’이란 이름으로 발표했다) ‘유사분열의 기원에 관하여(On the Origin of Mitosing Cells)’ 라는 논문에서

진핵세포가 본래 서로 다른 원핵세포들의 공생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과학적 혁신이 그러하듯 이 연구는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굴리스에 의하면 이 논문은 여러 저널에 보냈으나 무려 15번이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필자의 연구 업적은 마굴리스에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지만, 이런 일화를 보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아무튼 마굴리스의 이론은 초기에는 많은 비판도 받았으나 여러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되고 내용이 수정·보완되면서 진핵세포 진화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반세기가 흘러 오늘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에서는 초기 원핵세포가 등장한 후

일련의 세포 내 공생 내지는 포획에 의해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 내 소기관이 형성된다.

이를 ‘순차적 세포 내 공생 이론(SET, serial endosymbiotic theory)’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근거가 있지만, 독립생활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엽록체,

그리고 호기성 박테리아와 미토콘드리아가 매우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근거다.

더 결정적인 증거는 이 세포 내 소기관들이 약간의 핵양체, 즉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 세포 내 소기관들이 사실 오래 전에는 독립생활을 하던 박테리아란 증거다.

물론 이외에도 증거는 더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균이나 고세균처럼 오직 이분법(세포가 둘로 분열되는 것)으로만 증식한다.

여기에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외부 세포막에서 발견되는 포린스porins라는 운반 단백질은 박테리아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막지질 카디오리핀membrane lipid cardiolipin이라는 내부 세포막 성분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DNA 분석은 엽록체의 유전자가 시아노박테리아와 비슷하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리케차 박테리아Rickettsial bacteria와 유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러 가지 증거를 종합하면 이 세포 소기관의 기원은 본래 자유 생활을 하던 박테리아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세균들이 세포 소기관이 된 것일까? 초기에 제시된 가장 가능성 있는 가설은 식세포 작용phagocytosis이다.

즉 세포를 잡아먹는 세포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메바가 위족을 내서 먹이를 둘러싼 후 잡아먹어 세포 속에서 소화시키는 것이 좋은 예다.

물론 백혈구가 세균을 잡아먹는 것도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다.

영국의 생화학자 닉 레인은 자신의 저서 『생명의 도약 – 진화의 10대 발명』에서 한 세포가 다른 세포 속으로 들어갈 방법이 달리 뭐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분명 세포 안에 세포가 있을 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논리적인 추론은 세포를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소화되지 않은 세포가 점차 공생 관계가 되면서 오늘의 진핵세포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우리 진핵세포의 기원은 포식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이 이론대로라면 우리는 모두 20억 년 전 등장한 지구 최초의 포식자의 후손이다.

이 책을 진행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도입부는 없겠지만, 사실 이 가설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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